안녕하세요, 저는 사랑하는 아내와 결혼 5년 차를 보내고 있는 평범한 한 남편입니다.

저는 서른 살 즈음 조금은 늦게 신앙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모태신앙인 아내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신앙하는 삶의 든든한 뿌리, 버팀목이 되어주었습니다. 저는 아내의 지혜와 지식, 신중함을 사랑하고,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평안할 것만 같던 저희 삶에, 조금은 답답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와 과로로 고생하던 아내가 어느 날 퇴근 후 쓰러지더니,
그 뒤로는 하루가 다르게 몸이 점점 쇠약해져 가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과로로 인해 잠시 몸이 축난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다시 예전의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점점 더 기력을 잃어가기만 했습니다. 아내는 직장을 그만둘 수 없어 이를 악물고 버텨냈습니다. 워낙 들어가기 어려운 직장이었고, 가족과 지인의 기대와 축하를 가득 받고 들어간 곳이었기에 쉽사리 그만 둘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한계가 보였습니다.
아내는 앙상하게 말라갔고, 얼굴에서 생기를 모두 잃었고, 말 수도 줄어갔습니다.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자신이 그동안 공부하고 애쓴 것들이 다 사라지고, 다시 원점에 서있는 기분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아내가 지혜로운 사람이므로 다시 무엇이든 본인에 맞는 일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문제는 건강이었지요. 병원을 다니고 여러 검사를 해도 뾰족한 원인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사람이 아무 기력이 없이 몇 달을 누워있기만 한데, 원인을 알 수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었습니다. 여러 검사 끝에 이제는 아내에게 내분비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늘 활기차고 부지런했던 아내가 아무 말 없이 계속 누워있는 모습을 보는 동안,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아내는 숨 쉬는 것도 버거워하고 따뜻한 집에서도 계속 떨고있는데, 남편으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 괴로웠습니다.

아내는 몇 배로 답답했겠지요.
하루종일 아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누워서 수첩 하나, 펜 하나를 들고 천천히 끄적거리는 일 뿐이었습니다.
그것이라도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가만히 누워 작은 수첩에 시를 쓰고, 생각을 쓰고, 일기를 썼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끄적인 것을 읽어보다가 문득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아내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음악과 소리를 다루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내가 끄적인 것에 곡을 붙여 노래를 만들어주면 얼마나 좋아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에 다닐 때 아내는 자기 이야기를 써서 부르는 사람이 되고싶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아내를 위해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아내는 죽어가는 일상에 당신이 활기를 되찾아주었다며 무척이나 고마워했습니다. 기력이 조금 올라간 날, 노래도 직접 녹음했습니다. 물론 녹음 후 한참을 뻗어있어야 했지만요.

다행히 요즘 아내는 계속 치료를 받으며 조금씩 호전되고 있습니다. 아직 일상생활이 완전히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움직이고, 말을 하고, 웃고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일상의 행복이지요.

아내만 좋다면, 앞으로도 저는 아내의 이야기들을 노래로 만들어 계속 세상에 내보내려 합니다.
저희의 노래가 누군가에게 또 지지와 위로가 될 수 있을테니까요.

앞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첫째는 아내가 완전히 회복해 다시 예전같은 활기를 되찾는 것이고, 둘째는 아내의 노래가 누군가에게 닿는 따뜻한 손길이 되는 것일 것입니다.


o 신청곡 : 올가-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