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분수
-레스피기
로마(Roma)!
천년을 이어간 로마 제국의 수도였고, 이후 유럽 기독교 문명의 정신적 지주였던 교황의 본거지며
현재는 통일 이탈리아 공화국의 수도입니다. 고대문명에서부터 르네상스와 바로크까지의 문화유산이 시내 곳곳에 산재되어 있고, 근대 격동기의 흔적과 통일 이후 이탈리아 수도로써의 면모 등 다채로운 표정들이 한 공간에서 동시에 엿보입니다.
더운 여름날 시원하게 많이 보고싶은 것이 무엇일까요? 분수 아닐 까요.
바로 시내 곳곳에 산재한 아름다운 분수들입니다.
유명한 트레비 분수를 비롯하여, 나보나 광장의 4대강 분수, 스페인 광장의 바르카치아 분수 등 거리와 광장마다 크고 작은 분수가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주변경관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로마시민과 여행객들에게 큰 안식과 위안을 줍니다. 또한 이들 모두는 이름난 조각가들이 만든 위대한 바로크 예술품이기도 합니다.
중부 볼로냐 태생의 오토리노 레스피기는 오페라를 주로 작곡했던 다른 이탈리아 음악가들과는 달리 아름다운 기악곡과 관현악 작품을 많이 썼다.
그는 1913년부터 로마의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교수가 되어 이 도시에 머물렀는데, 로마가 주는 위대한 예술적 영감에 사로잡혀 <로마 3부작>이라는 걸작 관현악 곡을 남겼다. 3부작은 ‘로마의 분수’, ‘로마의 소나무’, ‘로마의 축제’로 이어진다.
특히 로마의 4대 분수를 소재로 한 첫 작품 ‘로마의 분수(Fotane di Roma)'는 초연의 실패로 세간의 기억에서 완전히 잊혀질 뻔 했던 것을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의 적극적인 조력에 의해 다시 빛을 본 사례입니다.
레스피기가 묘사한 로마의 분수는 모두 4개로, 그는 각 악장마다 짧은 서문을 덧붙여 음악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잠시 들어 보시죠^^
https://www.youtube.com/watch?v=bwMwaePtEmo
레스피기 <로마의 분수> 전곡, 이스트반 케르테츠 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제1곡 ‘새벽 줄리아 골짜기의 분수 La Fontana di Valle Giulia all’alba‘는 로마의 전원풍경을 표현한다. 레스피기는 여기서 “소떼들이 로마의 새벽안개 속으로 사라져 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제2곡 ‘아침의 트리토네 분수 La Fontana di Tritone al maltino’는 해가 떠 아침이 밝아오는 로마의 힘차고 화려한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유명한 제3곡 ‘낮의 트레비 분수 La Fontana di Trevi al meriggio’로 이어진다. 레스피기는 이 악장에 대해 “빛나는 수면 위에 바다의 신 넵튠의 마차가 말에 끌려 인어와 트리톤의 행렬을 거느리고 지나간다. 멀리서 다시 울리는 트럼펫의 연주가 약해지면서 행렬은 점차 멀어진다.”라고 적고 있다.
마지막 제4곡은 스페인 광장에 있는 메디치 빌라의 분수를 묘사한다. 이곳은 프랑스가 로마에 세운 일종의 문화 전진기지이다. 프랑스 문예 아카데미(아카데미 드 프랑스)가 있는 곳인데, 프랑스는 예부터 재능 있는 청년 예술가들에게 로마 대상(Grand Prix de Rome)이라는 이름의 장학금을 수여해 이곳 로마의 메디치 빌라에서 공부하게 했다. 처음에는 미술학도에만 장학금을 주다가 19세기부터는 음악까지 수혜범위를 넓혔습니다.
레스피기는 ‘황혼의 메디치 빌라의 분수 ’라는 제목 하에 여름날 석양의 아름다움을 실감나게 묘사한다. 저 멀리서 아련히 울려 퍼지는 목관의 고혹한 울림과 나긋한 현악기의 선율이 듣는 이에게 진한 노스탤지어를 느끼게 합니다
더운 여름 오늘은 시원한 분수 곁에서 야외 도시락을 준비하여 점심식사 해보면 어떨까요 ^^
주안에서 복된 날 되시는 저와 방송가족 모두 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