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06월 07일(수) 묵상이 있는 클래식 | 작성일 2017.06.07 조회 수:1454 |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베르디의 음악과 인생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1841년, 밀라노의 어느 추운 겨울날. 청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는 극심한 절망에 빠져 있었습니다. 고향 땅에서 장인이 부쳐 준 돈으로 대도시 밀라노에 올라온 지도 몇 년. 지금쯤이면 오페라 몇 편 성공시켜 버젓한 작곡가가 되어 있어야 했지만 현실은 너무도 달랐습니다. 사랑하는 두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시름시름 앓더니 모두 죽어버렸고, 그 와중에 아내 마르게리타 또한 뇌막염으로 사망하고 맙니다. 삶에 대한 의욕을 완전히 잃고 방황하던 그에게 <나부코>라는 제목의 대본 한편이 전달됩니다 - ‘하루 빨리 계약한 오페라를 써내라’는 독촉도 함께. 그는 퀭한 눈빛으로 대본집을 테이블 위로 집어던집니다. 그때 스르륵 하고 펼쳐진 원고 속에는 다음과 같은 싯구가 있었습니다. ‘가라 상념이여, 황금빛 날개를 타고!(Va, pensiero, sull'ali dorate!)’. 이 단 한 구절의 시가 베르디의 가슴을 다시 뛰게 만들었습니다. 바빌론의 압제자 나부코에게 사로잡힌 유태인들은 유프라테스 강가로 끌려와 강제노역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해가 저무는 황혼녘에 고향땅이 있는 곳을 바라보며 입을 모아 망향의 설움을 노래하기 시작합니다. “ 가라 상념이여, 황금빛 날개를 타고! https://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D6JN0l7A_mE 우리에게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으로 잘 알려진 그 곡이 탄생한 순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