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방송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강남비전교회 한재욱 목사입니다.

인문학의 주인은 하나님! ‘인문학을 하나님께’ 오늘은 사르트르의 단편소설 《벽》을 하나님께 드리며 ‘한계상황은 하나님을 체험하는 기회입니다’라는 주제로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주인공 파블로는 스페인에 내란이 일어났을 때 친구인 라몽 그리를 숨겨 주었다는 이유로 정부군에 체포되어 사형 언도를 받았습니다. 국제여단에서 활동한 톰, 무정부주의자인 형으로 오인되어 체포된 후안과 함께 지하에 감금되었습니다. 후안은 나이가 어리고 나약하며 고통 앞에서 절규합니다. 톰은 정도 많고 말도 많지만 순간 순간 운명의 고통을 회피해 보려 발버둥칩니다. 그러나 주인공 파블로는 자존심이 강하고 심지가 굳은 인물입니다. 당혹감이나 억울함 등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대의명분을 위하여 사나이답게 죽기로 결심합니다.

파블로는 톰과 후안이 처형당하고 홀로 남아 마지막 심문을 받게 됩니다. 파블로는 두 사람과는 달리 운명이 바뀔 수 있는 빈틈이 있었습니다. 그의 친구이자 내란의 배후 인물인 라몽 그리의 거처를 알려주면 살려주겠다는 말을 듣습니다. 여기서 파블로는 양심의 자유를 택합니다. 내가 살기 위해 친구를 배신할 수 없다고 생각한 파블로는 그가 무덤 속에 숨어 있다고 엉뚱한 거짓말을 합니다. 사실은 조카집에 숨어 있는데 말입니다.

파블로는 자유했습니다. 친구와 대의를 배신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과연 그는 참 자유했을까요?

어찌된 일인지 얼마 후 파블로는 석방이 되었습니다. 석방된 그는 라몽 그리의 소식을 듣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그가 체포되어 사형 당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조카집에 숨어 있다가 조카와 싸우고 집을 나와 무덤에 숨어 있었는데, 어느 사람이 밀고를 했는지 발각이 되어 사형을 당했다고 했습니다. 기억나십니까? 파블로는 감옥에서 라몽 그리가 있는 곳을 거짓말로 무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진짜 무덤으로 갔던 것입니다.

파블로는 망연자실했습니다. 둘레는 갑자기 빙글빙글 돌고 땅에 주저앉아 눈물이 날만큼 웃고 또 웃습니다. 죽음을 선택한 자유마저도 무너져 내리는 ‘벽!’ 그 한계상황!...

‘벽’은 ‘한계상황’입니다. 한계상황이란 우리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낭떠러지 같은 것, 우리가 부딪쳐 난파하는 벽과 같은 것입니다. ‘죽음’, ‘고독’, ‘허무’,‘부조리’,‘고통’, ‘죄책감’ 등이 그것입니다.

이런 벽 앞에서 인간은 존재의 기반을 잃고 방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한계상황은 모든 꾀와 잔머리를 불태우고 ‘진짜’를 만나게 합니다.

아버지 이삭과 형 에서를 속이고 장자권을 갈취한 야곱은 광야 생활을 하게 됩니다. 하나님은 야곱을 압복강 가로 인도하시고 씨름을 걸어오십니다. 이 씨름에서 야곱은 허벅지 관절이 부러지면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합니다. 이런 한계상황에서 야곱은 “저는 야곱입니다” 라고 고백합니다. “저는 사기꾼입니다. 저는 거짓말쟁이입니다”라는 말입니다. 20년이 지나서야 하나님과 자신에게 진실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야곱을 이제 ‘이스라엘’이라 부르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창세기 32장 28절입니다.

“그가 이르되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를 것이 아니요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니” (창32:28a)

이제 자신의 꾀가 아닌 하나님의 은혜 아래 살아가는 존재가 되라는 것입니다. 야곱은 어찌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면서 에서의 가면에서 벗어나 야곱 자신이 되었습니다.

믿음의 사람들은 한계상황이 절망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역사를 체험하는 희망의 계기가 됩니다.